질문답변 목록
12월19일 화무십일홍···정치권의 2인자 놀이 [오래 전 ‘이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인세다 조회3,521회 댓글0건 작성일19-12-19 11:38관련링크
본문
>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이상득 전 국회의원(왼쪽), 이재오 전 국회의원(오른쪽)/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화무십일홍...정치권의 2인자 놀이
화무십일홍. 글자 그대로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권세는 영원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데요. 어떤 권력이든 일단 정점을 찍으면 내려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여러 견제장치를 마련해 둔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 격언은 상식인데요. 그래서일까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1인자들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인지 꼭 2인자라 불리는 심복들을 뒀습니다. 특히, 한국 정치사에서는 이 2인자를 둘러싼 말들이 많았는데요.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처럼 말입니다.
이날 기사의 제목은 ‘형님과 실세 2인자의 재구성’입니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이었는데요. 기사는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불린 이상득, 이재오 전 의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초 하루 차이를 두고 여권의 권력을 가늠한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다. 이상득 의원이 ‘클린디젤 글로벌 포럼’을 열었고, 여의도연구소 주최 ‘공공기관 내부감사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 이재오 (당시)국민권익위원장이 얼굴을 내밀었다”로 기사는 시작합니다.
그런데 두 토론회의 풍경이 사뭇 달랐다고 합니다. “친이계 의원 40여명이 이 의원의 눈도장을 찍으러 찾아왔지만, 지난해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위세에 비하면 미약했다. 반면 이재오 위원장이 잠깐 들은 토론회엔 100여명이 몰려들면서 친이계의 구심으로 복귀하는 그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고 합니다. 사람이 몰리는 것으로 누가 실세인지 판단하는 것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데요. 정치가 결국 세 싸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중요한 판단 기준 같기도 합니다.
이날 기사는 “2인자 권력의 재구성은 올 한해 여권의 내부를 읽는 키워드다. 한 마디로 ‘형님’은 물러섰고, ‘왕의 남자’는 돌아왔다. 이상득 의원은 결국 비공식 권력 논란 속에 2선으로 후퇴했고, 이재오 위원장은 22개월간의 미국 유랑과 야인시절을 접고 ‘권내’로 복귀했다”고 전합니다. 쉽게 말해, 이명박 정권의 2인자가 바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분석도 합니다. “연초만 해도 형님의 위세는 변할 줄 몰랐다. ‘앞으로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할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 입법전을 독려하는 등 고비마다 여권의 방향을 잡으면서 ‘만사형결’(형님의 말로 논란이 종결된다)이란 비평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내리막의 도화선도 그 자신이 제공했다. 4·29 경주 재선거에서 무소속 정수성 후보 사퇴 종용 의혹 등이 논란의 계기였다”고 합니다. 2인자에게도 화무십일홍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은 당시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하며 “2선 후퇴가 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한·일 외교 쪽에만 신경 쓰려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러한 권력 재편은 정치권의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여당이 재편된 것인데요. “친이 소장파·친이재오계가 부상하는 새로운 대안 친위체제로 재편됐다. 당직엔 안상수 원내대표에 이어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 친이재오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만사형통’의 이상득 전 의원처럼 이재오 전 의원에게도 수식어가 붙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소통령’, ‘해결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재오 전 의원은 이러한 수식어에 걸맞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재오 권익위원장은 출근 첫날 ‘직원 600명 모두 어사 박문수가 돼라. 이재오가 마패’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공무원들을 향해선 ‘5000원짜리 점심을 먹으라’고 쏘아붙였다. 지난달 중순 강원 양양을 방문, 48년 동안 이어져온 속초비행장 고도제한 완화 민원을 한 마디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새로 등장한 정권 2인자의 기세는 마치 “대통령의 힘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이 가장 세다”는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왜 정권 1인자가 2인자를 바꿔가며 기용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날 기사는 2인자에 대한 경고로 끝맺음 합니다. “이재오 위원장의 경우 해결사 행보가 권력의 비공식화·개별화로 굳어지기 시작할 때 그는 다시 권력의 칼춤 앞에 놓이는 운명이 될 수도 있다”며 “본질적으로 집권 2년차를 넘어가면서 점점 국정 장악력을 키워가는, 키워가려 하는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2인자 권력은 늘 부침하는 ‘유동 권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 1인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권력을 사유화한다면 지난 정권처럼 ‘탄핵’이 되거나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권력 1인자는 자신이 2인자를 이용하듯, 국민이 1인자를 일하게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 장도리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이상득 전 국회의원(왼쪽), 이재오 전 국회의원(오른쪽)/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화무십일홍...정치권의 2인자 놀이
화무십일홍. 글자 그대로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권세는 영원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데요. 어떤 권력이든 일단 정점을 찍으면 내려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여러 견제장치를 마련해 둔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 격언은 상식인데요. 그래서일까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1인자들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인지 꼭 2인자라 불리는 심복들을 뒀습니다. 특히, 한국 정치사에서는 이 2인자를 둘러싼 말들이 많았는데요.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처럼 말입니다.
이날 기사의 제목은 ‘형님과 실세 2인자의 재구성’입니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이었는데요. 기사는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불린 이상득, 이재오 전 의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초 하루 차이를 두고 여권의 권력을 가늠한 토론회가 잇달아 열렸다. 이상득 의원이 ‘클린디젤 글로벌 포럼’을 열었고, 여의도연구소 주최 ‘공공기관 내부감사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 이재오 (당시)국민권익위원장이 얼굴을 내밀었다”로 기사는 시작합니다.
그런데 두 토론회의 풍경이 사뭇 달랐다고 합니다. “친이계 의원 40여명이 이 의원의 눈도장을 찍으러 찾아왔지만, 지난해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위세에 비하면 미약했다. 반면 이재오 위원장이 잠깐 들은 토론회엔 100여명이 몰려들면서 친이계의 구심으로 복귀하는 그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고 합니다. 사람이 몰리는 것으로 누가 실세인지 판단하는 것이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데요. 정치가 결국 세 싸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중요한 판단 기준 같기도 합니다.
이날 기사는 “2인자 권력의 재구성은 올 한해 여권의 내부를 읽는 키워드다. 한 마디로 ‘형님’은 물러섰고, ‘왕의 남자’는 돌아왔다. 이상득 의원은 결국 비공식 권력 논란 속에 2선으로 후퇴했고, 이재오 위원장은 22개월간의 미국 유랑과 야인시절을 접고 ‘권내’로 복귀했다”고 전합니다. 쉽게 말해, 이명박 정권의 2인자가 바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분석도 합니다. “연초만 해도 형님의 위세는 변할 줄 몰랐다. ‘앞으로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할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 입법전을 독려하는 등 고비마다 여권의 방향을 잡으면서 ‘만사형결’(형님의 말로 논란이 종결된다)이란 비평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내리막의 도화선도 그 자신이 제공했다. 4·29 경주 재선거에서 무소속 정수성 후보 사퇴 종용 의혹 등이 논란의 계기였다”고 합니다. 2인자에게도 화무십일홍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은 당시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하며 “2선 후퇴가 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한·일 외교 쪽에만 신경 쓰려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러한 권력 재편은 정치권의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여당이 재편된 것인데요. “친이 소장파·친이재오계가 부상하는 새로운 대안 친위체제로 재편됐다. 당직엔 안상수 원내대표에 이어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 친이재오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만사형통’의 이상득 전 의원처럼 이재오 전 의원에게도 수식어가 붙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소통령’, ‘해결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재오 전 의원은 이러한 수식어에 걸맞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재오 권익위원장은 출근 첫날 ‘직원 600명 모두 어사 박문수가 돼라. 이재오가 마패’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공무원들을 향해선 ‘5000원짜리 점심을 먹으라’고 쏘아붙였다. 지난달 중순 강원 양양을 방문, 48년 동안 이어져온 속초비행장 고도제한 완화 민원을 한 마디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새로 등장한 정권 2인자의 기세는 마치 “대통령의 힘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이 가장 세다”는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왜 정권 1인자가 2인자를 바꿔가며 기용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날 기사는 2인자에 대한 경고로 끝맺음 합니다. “이재오 위원장의 경우 해결사 행보가 권력의 비공식화·개별화로 굳어지기 시작할 때 그는 다시 권력의 칼춤 앞에 놓이는 운명이 될 수도 있다”며 “본질적으로 집권 2년차를 넘어가면서 점점 국정 장악력을 키워가는, 키워가려 하는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2인자 권력은 늘 부침하는 ‘유동 권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 1인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권력을 사유화한다면 지난 정권처럼 ‘탄핵’이 되거나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권력 1인자는 자신이 2인자를 이용하듯, 국민이 1인자를 일하게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 장도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